[이뉴스투데이 이상민 기자] 윤병우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 회장(사진‧이하 한차협)이 지난 2월 4대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2002년 임의단체부터 시작해 2006년 사단법인 설립 후 지금까지 내리 4선에 성공했다. 그에게 ‘성공’이란 말을 쓰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동안 선거 없이 만장일치로 회장에 추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4선을 앞두고는 “회장직 바통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싶다”는 그의 의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회장은 이에 대해 “한차협 회원 중 훌륭한 분에게 회장직을 넘겨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이번 딱 한번만 더 봉사해 달라’는 회원들의 요구를 묵과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한차협 회원들의 이런 요구가 무엇인지 그는 잘 알고 있다. “못 다한 과업을 마무리하고 물러나라”는 엄중한 메시지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회원들의 이 같은 요구를 ‘천명’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결국 4대 회장에 오른 윤 회장은 “앞으로 임기동안 한차협 회원들을 하늘처럼 섬기면서, 한차협이 제 2의 도약을 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이 2002년 한차협을 설립한 것은 ‘100만 자동차기술인’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 였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운반하는 ‘도구’를 수리하는, 공익적인 일을 수행하면서도 병원의 의사처럼 존중까지는 받지 못한다 해도 ‘홀대’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자각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문제는 윤 회장에겐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정비업체 종업원 중 정비자격증 소지자가 1/5 이상만 있으면 된다’는 현행 법규를 뜯어 고치는 일이다.

이 법은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제 2의 세월호 사건’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자동차를 정비‧수리하는 데 무자격자한테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국가자격증을 갖고 있는 자동차정비사들이 무자격자들 때문에 취업할 곳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청년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선 반드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대다수 자동차정비업체의 경우, 손해보험사측에 보험정비수가를 올려 달라고 요구하면서 고급인력 등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윤 회장은 “자동차정비업체들이 자동차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다면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관련 분야의 전문자격증을 취득한 인력을 우선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가 갈수록 첨단화되고 있는 요즘, 자동차 분야에 꿈을 가진 청년들이 많지만 정작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원인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우가 낮기 때문에,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다른 업종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첨단화된 자동차가 전 세계적으로 봇물처럼 출시되고 있는데 데 반해 고도의 기술을 가진 기술인들이 매우 부족하다”면서 “고급 기술 인력의 양성 없이는 한국의 미래 자동차산업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 한해 박근혜 정부 들어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 떠오른 ‘튜닝산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자동차매매‧정비‧폐차 등 자동차 애프터마켓에 큰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한차협 차원에서 이 시장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게 튜닝에 대한 연구‧개발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윤 회장의 복안이다. 아울러 지난해에 이어 국가직업능력표준(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학습 모듈 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행 중고차 성능상태점검제도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가했다. 지방 중소도시의 매매단지에선 성능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실정에 맞게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중고차 성능상태점검장은 두명의 점검원을 갖춰야 하지만 중고차 거래가 적은 지방의 작은 도시에선 엄두도 못 낼이다.

따라서 “월 500대 미만의 소형 매매단지에는 점검원 한명만으로도 성능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고령의 정비기술자들도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법의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특히 올초 도입된 중고차 가격산정제도와 관련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제도가 도입, 시행되고 있지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동차진단평가사가 매매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에 끼어들어 가격을 산정해선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중고차는 그 특성상 표준가격이 정해져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부동산처럼 수요와 공급에 의해, 그리고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흥정’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논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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